365일 사람 많은 홍대입구. 함께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석진, 호석과 정국은 간만에 사람 많은 곳으로 향했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정국을 끌고 나온 건 공방에서도 보고 집에서도 함께 살고 있는 석진과 호석이었다. 오늘은 정국의 25번째 생일이었고, 이런 날에는 술을 마셔줘야 한다며 네가 좋아하는 양고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 집이 있으니 무작정 따라오라는...
“얼레, 윤기 형이 웬일이야?” 고등학교 3학년 공부에 취미도 없고 그저 김태형과 게임하느라 바빴던 시절에 나는 그를 만났다. 수능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다 오늘 누구와 게임할지가 더 중요했던 날 소중한 피씨방 동기 김태형은 늦은 시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나를 이끌었고 어차피 집에 가봐야 할 것도 없고 반겨주는 이도 없어 쫄쫄 따라 들어가는...
[이달의 사람] 청명한 하늘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는 이때 최근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은 세기의 스캔들의 주인공들, 당당히 퀴어커플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기자회견을 열어 모두를 놀라게 했던 박지민(32), 전정국(30) 일명 국민커플로 불리는 두 사람을 세 달이 지난 지금 이달의 사람들에서 만나보았다. 나란히 블랙과 화이트 슈트를 맞춰 입고 나섰던 것과...
“이게 말이 되냐고” “윤기형 일단 진정 좀 해봐요” “진정이 되냐?” 윤기가 거칠게 발걸음을 방해하는 옷의 앞자락을 쳐냈다. 쳐내도 다시 다리를 휘감는 두루마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벗어내 손에 대충 얹자 옆에 있던 태형이 거둬갔다. 뒤에서 걷고 있던 정국에게 손짓 하니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제 두루마기를 벗어 지민에게 맡긴 정국이 걸음을 빨리 했다. 요...
대기실 안에는 윤기와 석진이 들어가 있었고 정국은 대기실 밖 문 앞에 서 있었다. 특별히 그렇게 나누자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여자 앞에서 힘들어 하는 막내를 위한 형들의 배려였다. 뒷짐을 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힐끗힐끗한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앞만 바라보던 정국의 눈에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고 나타나는 지민이 보였다. 새 컨셉에 맞춰 새로 염색한 애쉬그레이가...
첫인상부터 별로인 의뢰인들이었다. 간간히 아이돌을 맡긴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도 일 하는 방식이나 각자의 성향을 고려해 대부분 팀을 나눠 움직이는데 정국과 윤기, 석진이 같은 팀이었고 외모로 팀을 짰냐는 동료들의 비난을 들을 만큼 어딜가나 이목을 끄는 탓에 여성 특히나 이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의 아이돌 과는 근무 중 자...
내가 정국이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인 김태형이 그 잘난 얼굴로 게이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고 그 덕에 첫 남자친구를 소개 받는 영광스런 친구가 되었다. 첫 인상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 만 동그래서 키는 길쭉해가지고 이제 막 1학년이 된 어린애를 뭐가 좋다고 만나는 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공부를 꽤...
간만에 태형이 쉬는 날이라 치킨을 사들고 찾아갔다. 얼마 전 노랗게 탈색한 머리는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바꾼 실내와 너무나 잘 어울려서 지민은 여기가 동남아쯤인가 잠시 혼돈에 빠졌다. 치킨을 쏙 뺏어들고 돌아서며 거기서 뭐하냐고 들어오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오늘 정국이 안 만나?” “국이 오늘 바빠. 야구단 행사 경호시작하게 돼서 인사갔다가 회의한대” ...
석진이 보내준 주소에 도착한 정국은 차 안에 있는 네비를 확인하고 핸드폰의 지도를 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5층짜리 건물에 1층엔 분식집, 2층엔 태권도장이 있는 한적한 주택가는 교통사고와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곳이라 제대로 보낸 게 맞는지 석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 수리하느라 정신없다며 받자마자 끊어버려 지민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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