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를 안주 삼아 함께 스포츠채널을 보고 있는데 정국이 건넨 맥주를 거절하고 한참 핸드폰을 만지던 윤기가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눈이 따라가 겉옷을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니 조금 귀찮은 내색을 하고 있었다. 다 늦은 밤에 어딜가길래 표정이 저러나 싶어 정국은 느릿느릿 움직이는 윤기를 현관까지 따라 걸으며 과자를 입에 털어넣었다. ...
2015년 11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새벽 전정국은 박지민에게 고백했다. 형, 형 너무 좋아요. 울먹이는 나를 끌어안으며 지민이형은 ‘나도 네가 좋아’ 라고 말해 주었다. 그때 나는 세상을 다 갖은 기분이었고 우리가 지금껏 사귄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이 생일 축하한다!” 형들은 머리를 헝클이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나는 챙겨주지 않는 선물들을 받으며...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지민이 2학년이 되자 아침 등굣길 동지가 생겼다. 촉박해진 시간에 한참을 기다리다 느릿느릿 멀리서 보이는 꼬꼬마에게 달려갔다. 한 뼘이나 키가 작은 파릇파릇한 1학년 초등학생 정국은 자기 몸만한 가방을 굉장히 무거운 듯 매고 있었다. 그래봤자 교과서도 제대로 안 들어 있을게 뻔한데. “졸려..” “머리 좀 봐. 이렇게 까치집 지어...
퉁퉁 눈이 부어버려 평소에도 도톰한 눈두덩이가 제 존재를 더욱 뚜렷이 나타냈다. 그런 지민의 얼굴을 보자마자 호석은 냉장고로 가 얼음 팩을 꺼내주었다. 오늘부터는 녹음실로 출근하기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이주정도 휴가가 주어질 예정이다.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윤기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꾸뻑 해보여 같이 인사하다 옆에 정국대신 서 있는 남자를 ...
그렇게 나가버린 정국에게 몇번이고 전화 했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 메시지밖에 들을 수 없어서 나중엔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맥주의 힘을 빌려 자는 건 나쁜 버릇이라고 정국이 혼을 냈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 뿐이라 닥치는 대로 마셨더니 잠든 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바닥 어딘가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물먹은 솜처럼 움직여...
정국이가 해외로 원정을 나갔다. 말이 원정이지 기도를 드리느라 일주일 정도 떨어져 있게 된 것 뿐이다. 기억이 날 때부터 함께 지냈고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의례만 거쳤을 뿐인데 마음은 정말 부부가 된 모양인지 장난스럽게 예물이라고 새로 장만한 침대에 누워 사 일째 주인 없이 비어버린 옆자리가 허전해 약지에서 반짝이는 청록색 반지를 보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한...
따라오려는 지민을 간신히 떼어놓고 호석과 응급실로 향했다. 날카로운 사시미칼에 전완의 2/3정도가 깊이 찢어진 탓에 상처를 꿰매던 의사는 흉이 남을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간간히 눈썹을 찡그리던 정국은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항생제와 수액을 처방받아 링거를 달고 누워있는데 뒷수습을 마친 호석이 다가왔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 하니 그대로 있으라는 듯 손을 ...
다음날 아침에도 정국은 집에 없었다. 처음엔 운동 갔나 싶었는데 점심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아 문자를 남겼다. [어디야?] ‘뭐해? 왜 안 들어와?’ 말들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간략하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만 썼다. 그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 시간 정국은 윤기를 만나고 있었다. 정신을 까무룩 놓아버린 지민을 업고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간신히 옮겨 아...
다음 날 나지막이 일어난 지민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 해보니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숙취로 울리는 머리를 쥐어 잡으며 정국을 찾으러 비척비척 움직였다. 벽을 더듬더듬 짚으며 간신히 도착한 방도 텅 비어 있었다. 어디 간 거지?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보니 정국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
팬 사인회가 있는 날이었다. 간만에 한껏 멋을 낸 지민은 자신을 봐주러 온 팬들에게 일일이 손을 잡아주고 다정한 말들도 건네며 한 명, 한 명 소중히 대했다. 그 옆을 지키고 있던 정국도 소녀들의 기쁨에 상기된 얼굴을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윤기가 옆구리를 쿡 찔러 자신이 웃고 있었음을 깨닫고 급하게 표정을 갈무리 했다. 무사히 사인회를 마친 지민을...
요즘 지민에게 걸려오는 아버지의 전화가 잦았다. 그보다 정국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옮겨 받는 지민의 태도를 24시간 붙어있는 정국이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고 한 두 번 참던 것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표정을 숨길 수 없어졌다. “아빠한테 전화 오면 여기서 받아요” 정국이 지민의 아버지에게 아빠라고 부른지 꽤 오래 되었고 같이 보낸 시간이 긴 만큼 허물없이 ...
평소보다 빨리 연습을 끝내고 호석이 지민을 태워 떠나자 주머니의 손을 찔러 넣은 채 긴 다리 만큼이나 큰 보폭으로 시원스럽게 걷는 정국의 옆에 석진에게 전화를 하느라 잠시 뒤쳐진 윤기가 종종 걸음으로 달려갔다. 걸음이 빠른 두 사람이라 금세 연습실에서 멀어져 일대에서 유명한 맛집이 많은 먹자 골목에 도착했다. “뭐 먹을래?” “대충 싼 거” “좋은 거 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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