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뉴우웅기이이이 보고싶다아아아 미늉기야아아” 차가울 텐데.. 스테인레스로 된 식탁을 슬쩍 짚어본 정국이 잠시 고민한다. 형 머리를 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린 배를 붙잡고 가게에 들어왔을 때 부터 지민은 이미 만취상태였고 이후 한 시간 쯤 앉아 있는 정국은 아직 지민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저렇게 머리를 쳐박고 계셔서. 저러다 욕창 생기는거 아니겠...
잠시의 침묵을 깬 것은 작은 진동소리였다. 어찌나 고요했던지 열 걸음 넘게 떨어져있었는데도 우웅- 하고 잘게 떠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윤기가 눈을 슬쩍 내리며 코트 안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김남준이라고 뜨는 액정을 본다. 자신도 모르게 눈썹이 올라가고 인상이 구겨진다. 이 시간에 전화할 일이 뭐가 있을까. “어” ‘형, 오늘 지민이 아파서 못 나온대. ...
터덜터덜 들어오는 정국의 발소리를 들으며 석진과 호석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쫒았다. 개차반같은 주먹밥도 맛있다고 쩝쩝거리던 둘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닫혀있는 방문 앞에서 괜히 서성거렸다. 야.. 정국아.. 가만히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쉬지 않았다. 아, 계속 생각나. 지민은 자신을 부른 그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그대로 집 안으로...
하루에 수 십 번은 찌르르 울리던 핸드폰이 잠잠하다. 놀이공원에서 돌아온 이후 조용히 자고 있는 핸드폰을 괜히 깨웠다. 부재중알림.. 없네.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고 퇴근하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다 건물 밑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익숙한 인영을 발견해 잠시 멈추니 길쭉한 실루엣으로 제 앞에 다가와 선다. “지민이 형” 정국이었다. 가로수 불빛으로 밝힌 얼굴이...
어깨가 위로 솟았다가 푹 꺼졌다. 앞머리를 휘젓던 머리로 뒷머리까지 털더니 후- 입술로 불어낸 바람이 앞머리를 나풀거리게 만든다. 뒤에서 지켜보던 태형이 고개를 쭉 빼고 물었다. 저거저거 짜증났고만. 안 들어도 알 것 같지만 물어봐준다. “왜, 정국이가 뭐래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데] 그러고 또 한 번 후-! 밀대를 잠시 멈춘 태형은 양 손을 ...
“지민이형, 뭐 드실래요?” 지민이형 뭐해요?. 지민이형 일어났어요?. 지민이형 일어나요, 출근시간이에요. 지민이형 언제 쉬는 날이에요?. 저 피자먹고 싶어요~ 형. 매일매일. 일하는 덕에 답장의 텀이 길어지거나 그마저도 없는 날이 수두룩해도 끈질기게 톡을 보내오는 정국 때문에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었다. 휴- 전정국 네 근성 인정한다. 앞치마에서 징징 ...
남준형이 매니저로, 태형이가 홀을 담당했다. 할 수 있는 요리들을 나열하고 연습하고 매일 저녁 모여서 시식하는 시간이 꽤나 즐겁게 느껴졌다. 내가 살아있는 느낌, 다시 삶을 살아가는 기운이 손끝 발끝에서부터 따듯하게 번져가는 것을 느꼈던 순간. 형은 최종메뉴 선택을 위한 시식 날엔 꼭 가게에 나와 함께 해주었다. 이건 별로- 라는 의미는 한 입 먹자마자 포...
큰 집에서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당연히 침대는 두 개일 줄 알았는데 복층에 마련된 킹사이즈의 침대는 한 개 뿐이었고 첫날 밤 어색하게 구석에 찌그러져 잠들었던 것과는 달리 다음날 아침 나의 위치는 윤기형의 팔베개를 받는 자리로 옮겨져 있었다. 일부러 같이 자고 싶어 한 개만 샀건만 내가 멀찍이 떨어져 자는 게 맘에 들지...
응급실이었다. 무려 응급실. 가게도 열어둔 채 무작정 달려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태형이는 차분히 택시를 잡았다. 정신 차리라면서 내 등도 세게 때려주었다. 교통사고였다. 운전하던 아저씨가 깜빡 졸았는데 빨간불로 바뀐 것을 보지 못했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하필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돌아가셨다. 피로 엉망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
출근을 하면 남준이 잔을 닦으며 바에 서 있고 태형이는 홀을 청소하고 있다.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 된 태형은 지금 생활이 편하고 좋다고. 가끔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이나 비추고 사고만 안치면 된다며 지금 경험은 나중에 외식업계에 큰 손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한다. 재료를 손질한 뒤 웍을 한 번 달구고 나면 달달한 무알콜 칵테일...
윤기형은 자주 볼 수 없었다. 원래 셋이 살다가 따로 독립했다고 해서 일부러 태형이네를 가도 남준이 형만 줄창 마주쳤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간간히 태형이가 윤기형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래봤자 바쁘다는 얘기 뿐 이었지만- 혹시나 가게로 또 오지 않을까 싶어 주말이고 평일이고 홀을 지키는 날이 늘었다. 태형이가 윤기형은 먼저 물어보는 성격은 아니니 그렇게...
“박지민이! 그만 만들고 나와!” 테이블 두 개를 연결해 만든 자리에는 각종 튀김이며 메뉴판에는 없는 메뉴들이 가득하다. 과일부터 봉골레 스파게티, 크림떡볶이, 오코노미야끼, 닭볶음탕까지 한중일 국가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올렸다. 아버지를 닮아 음식솜씨 하난 뛰어나서 대충 먹어만 봐도 맛을 흉내 내는 지민은 만족스럽게 검은 앞치마에 손...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